첫 만남
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기 전부터, 즉, 중학생 때부터, 맥,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설치해보고 탐구해보는 것을 즐겼다.
리눅스를 써보면서 vi, nano 등의 에디터를 접할 일이 많았는데, 운영체제를 셋업하면서 간단하게 정보를 수정해야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물론 nano는 그냥 텍스트 에디터다).
방향키와 WASD도 충분한데 왜 hjkl로 움직이며, 마우스를 사용하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더 빠른데 이걸 왜 쓰는걸까? 라는 생각이 많았다.
vi, vim은 꽤 흥미롭지만 배우기 어려운 존재로 계속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만남. 학교 과제
여태까지는 vim은 사용하기 싫으면 피해도 됐기 때문에 괜찮았다. 대학교 3학년 전공 과목인 운영체제와 리눅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특히 운영체제 수업에서는 Linux의 교육용 distro 중 하나를 다운 받아 직접 컴파일 후 가상머신으로 올리는 게 첫 과제였으며, 그 이후 과제는 모두 운영체제를 건드려야 하는 과제였다.
학교 과제를 위해 맥북과 윈도우에서 Visual Studio (및 Code)를 사용했던 나에게 vim은 여전히 껄끄러운 존재였다.
군대가 왜 힘든지 아는가? 일반적으로 껄끄러운 사람은 피하면 되지만, 군대에서는 피할 수도 없고, 잠까지 같이 자야하기 때문이다(물론 내 군생활은 꽤 괜찮았다).
Visual Studio Code를 깔아서 해도 됐지만 GUI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vim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했다. 그래서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세 번째 만남. 유튜브 - 1
세 번째 만남은 한가로이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죽이던 어느 날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한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 알고리즘 챔피언십에서 vim으로 코드를 짜는 어떤 남자가 나오는 영상이었다(지금은 못찾겠다).
그 남자는 내가 마우스를 아무리 이리저리 빨리 움직여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코드를 짤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굉장한 페이스로 코드를 짜고 있었다.
그 때부터였을까. 나는 종종 vim 명령어, 단축키 등을 공부하며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네 번째 만남. 유튜브 - 2
네 번째 만남은 가장 최근인 2023년이다.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주변 분들이 vim을, 또는 vscode에 vim 플러그인을 깔아서 에디터로 사용하고 계신다고 듣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즐겨 보고 있는 유튜브의 ThePrimagen 아저씨가 vim을 찬양하길래 더욱 솔깃해졌다.
그래서 아예 vim을 제대로 써보자 하고 이것 저것 탐구에 들어갔다.
탐구, 그리고 정착
조사해보며 알게된 사실은 요즘 vim보다는 neovim(nvim)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nvim을 우선 homebrew로 깔고, 동료분이 추천해주신 영상을 보며 말 그대로 “from scratch"로 nvim을 셋업해 나갔다.
처음엔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래도 초보자다보니 이렇게 설정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이렇게까지 셋업해도 결국 vim 자체를 못다루면 의미가 없을텐데 뭐하고 있는걸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 빠르게 셋업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여러 솔루션을 발견했다.
- 난 하드코어 프로그래머다 -> 스스로 설정
- 그냥 셋업된 IDE 바로 쓰고 싶다 -> NvChad, LunarVim, AstroNvim
- 패키지 관리, 언어 서버(LSP), config 구조 설정 등 귀찮은 기본만 어느 정도로 해줬으면 좋겠고 나머진 내가 할거다 -> kickstart.nvim
그래서 1번을 하다가 포기하고 3번으로 갈아탔다.
kickstart.nvim은 요약하자면 “reasonable한” default 설정을 제공한다. lazy.nvim 기반으로 LSP 정도만 제공되는데 LSP 설정하는 게 사실 반필수적이지만 꽤 셋업이 귀찮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또한, custom 설정을 하는 게 매우 쉬운데, 레포를 fork 뜬 뒤 custom에 lua 설정 파일을 넣으면 자동으로 다음에 nvim을 열 때 플러그인이 설치돼서 매우 편리하다.
말 안한게 있는데, vim은 심볼 분석, fuzzy finder, declaration/definition/usage search, 리팩터링, 코파일럿 같은 기능도 모두 플러그인을 통해 설정할 수 있다.
(슬랙 러스트 동아리 채널에도 공유해보았다)
마치며
내게 vim의 첫 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점점 애착을 붙이고 있다.
지금 정착한 플로우는 가벼운 개발은 nvim, 좀 더 serious한 개발은 IntelliJ, vscode 등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Rust를 흥미롭게 보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nvim으로 코드를 짜면서 vim도 배우고 있어서 꽤 만족스럽다.
내 레포도 공유한다: https://github.com/litsynp/kickstart.nvim
현재는 플러그인을 몇 개 안쓰고 있긴 하다. 앞으로 nvim을 탐구해보면서 더 추가할 듯 하다.
(현재 셋업. Warp라는 터미널 클라이언트와 테마를 일치시켜 보았다.)